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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by 책벌레아마따 2015. 10. 27.

                                                   

                                                  20151027

 

 

 지금 이 시간, 네가 네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모처럼 집에 왔으니 긴장도 풀리는 데다 어제 장시간 차를 타느라 몸이 많이 피로할 게다. 아침밥이고 뭐고 잠을 자는 게 더 좋겠지. 그래, 실컷 자거라.

 

 어젯밤 너를 마중하러 터미널로 가는데 둥근 보름달(정확하게는 음력 14)이 환하게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를 떠나보내고 오는 길이었다면 아마 보름달이 울다가 퉁퉁 부어 저렇게 둥글어졌나,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람 마음이 참 묘하지?

 

 그런데 터미널에서 버스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데 감감무소식인 거야. 그러다 도착시간이 막 지나 서울 발 버스가 들어오기에 다가갔지만 마지막 손님이 다 내리도록 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차량 앞면을 살펴보니, 네가 예약했다는 버스의 앞차였어. 앞차가 그 시간에 도착했으니, 네가 탄 차는 과연 언제 도착할 것인가. 눈이 빠지게 네가 타고 올 버스를 기다리다 터미널의 버스 기사들에게 물어 보니, 도로가 막혀 30분은 늦어질 거라고 하더구나. 사고가 나거나 한 것은 아니래. 그분 말대로 30분 연체된 뒤에야 네가 나타났다.

 

 도착시간 30분 전부터 도착시간 30분 후까지 한 시간 동안 너를 기다리면서 마음을 많이 졸였다. 불안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고 너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었어. 한 시간이 그렇게 길고 지루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하루 종일 너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했는데 잠 잘 시간이 다 되어 먹는 늦은 저녁이라 간단히 국수 한 그릇을 먹인 것이 조금 찜찜하구나. 며칠 편히 지내면서 엄마가 해 주는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원기를 보충하면 좋겠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쏟아진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이 많이 떨어질 거래. 전방의 겨울은 더욱 혹독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어젯밤 너를 만나 이제 겨우 12시간이 지났는데, 왜 벌써부터 너를 떠나보낼 걱정이 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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