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의 이른 봄소식
2016년 1월 18일
아들, 도대체 어떻게 지내니.
대북확성기 방송이 계속되는 한 비상 상황은 여전할 테지. 잠도 제대로 못 잘 텐데 딱해서 어떡하니. 무슨 변화가 있나 하고 뉴스 시간에 열심히 귀를 기울여 보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소식이 없구나. 언제까지 이런 상황으로 가야 하는지, 원.
날씨 엄청 춥지? 이곳도 무척 추워. 종일 강풍이 부니 체감온도는 더 낮게 느껴진다. 너희 부대가 있는 곳과 여기는 10도 이상 차이가 나니, 너희들은 얼마나 더 춥겠어. 너희들 고생하는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요즘은 글도 잘 써지질 않는구나. 이번 주 내내 이렇게 추울 모양이던데. 정말 삼한사온은 실종되었네. 엄마가 어렸을 때는 겨울에 삼한사온이 거의 정확했어. 그래서 하루 이틀 추위가 이어지더라도, 내일이면 풀릴 텐데 하는 생각에 견디기가 수월했던 것 같아. 엘니뇨 덕분에 이번 겨울은 큰 추위가 없을 거라더니 그것도 아니네, 뭘.
그런데 아들, 반가운 소식 하나 들려줄게. ‘해피’ 밥 주러 나갔다가 혹시나 해서 매실나무를 살펴봤거든. 아! 매실나무에 녹두알 크기만 한 새순들이 약간 푸르스름한 빛을 내며 다닥다닥 움튼 거 있지. 정말 신기하도다. 다만 겨울 중에서도 가장 추운 때에 저렇게 여린 피부를 드러내었으니, 혹시나 얼어 죽지나 않을지 걱정이로구나.
우리가 지금은 추워서 잔뜩 움츠러들어 있지만 머지않아 봄이 올 거야. 매실나무가 저리 이야기해 주지 않니.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오듯,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올 거란 말이다. 엄동설한을 이겨 내야 따사로운 봄 햇살을 즐길 수 있고, 인생의 시련을 잘 견뎌 내야 인생의 봄날을 누릴 수 있지 않겠니.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우리 겨울을 충실하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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