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엄마
2016년 4월 9일
오랜만에 네게 편지를 쓰는구나.
그새 집 마당에는 매화꽃, 벚꽃, 앵두꽃, 진달래꽃이 피었다 지고 지금은 붉디붉은 영산홍 꽃이 한창이다. 봄꽃들이 이렇게 앞을 다투어 피었다 졌다 하는 사이 네 전역일이 낼모레로 다가왔구나. 지내 놓고 보니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
네가 군인이 된 덕분에 엄마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군인의 엄마가 되는 경험을 했다. 곧 그 이름은 반납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경험을 하게 해 주어 고맙다. 신문에 올린 몇 편의 글과 두 차례의 방송을 통해 군인의 사명과 애환을 전할 수 있었던 것도 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글에 공감해 줘서 엄마에게는 작은 보람이었다. 네가 전역한 다음에는 아마도 군에 관련된 글은 더 이상 쓰지 않게 될 거야.
최선을 다해 주어진 병역의무를 이행한 너로서 후회는 없을 줄로 믿는다. GOP 근무를 그토록 하고 싶어 했는데 그것만은 이루지 못했구나. 그 대신 전방 근무를 서며 많은 일들을 몸소 겪지 않았니. 엄마 생각에는 그만하면 됐다 싶구나.
정말 네가 자랑스럽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아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