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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아들 떠나보내는 아침

by 책벌레아마따 2016. 8. 31.


                                                아들 떠나보내는 아침

 

                                                                                                                   2016830

 

  너를 군에 보내 놓고 언제 전역하나하루하루 가슴 졸이던 것이 어제 일처럼 뇌리에 선하다. 그런데 그새 대한민국 남성의 자랑스러운 의무를 마치고 느긋한 마음으로 몇 달을 잘 쉬고 있구나. 지나고 보면 세월이 빠르다.

 

  네가 유치원에 입학한 이후로 지금까지, 올 여름처럼 뒹굴뒹굴 집에서 편하게 보낸 시간은 없었지. 여름과 겨울 방학도 길어봤자 두 달이었으니까 말이다. 반면에 기록적인 무더위로 인해 집에 가만히 있어도 땀을 줄줄 흘려야 했던 일은 다소 유감이다. 그러나 이것도 먼 후일에는 즐거운 추억이 되지 않겠니.

 

  매스컴에서 하도 1994년 네가 태어나던 해의 여름 더위를 이야기하니, 문득 그때를 회상하게 되더라. 정말 그렇게 더웠던가 하는 의구심도 들긴 하지만. 여하튼 배가 불룩한 채로 집안 살림하랴 직장 생활하랴 태교에 신경 쓰랴 바쁘고 힘들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기상 관측 사상 가장 혹독했다는 1994년 여름을 너와 일사분란하게(정말로 함께) 보내서인지, 너와는 남다른 동질감이 느껴진다. 때로는 너를 좀 차갑고 냉정하게 대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을 테지만, 그해 여름 더위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너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늘 너무 뜨겁단 말이다.

 

  그리고 1994년 이후로 두 번째로 무더웠다는 올해, 여름 내내 너와 더불어 지낼 수 있어서 너무도 행복하고 감사했다.

 

  이제 2년여의 공백을 깨고 다시 서울로, 학교로 돌아가니 새로운 각오로 학문의 즐거움을 만끽하면 좋겠다. 네가 지금까지처럼 늘 항상 겸손하되 당당하면 좋겠다.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고, 모든 사람을 대할 때 친절과 자비심을 가지면 좋겠다 발밑만 보지 말고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잃지 않으면 좋겠다. 엄마의 마지막 당부는 네 스스로 건강을 돌보는 일이다. 건강에 이로운 일을 할 여유가 없다면, 최소한 건강에 해로운 일은 자제하기를 바란다. 너에게 주어진 크나큰 은총과 축복에 감사하며, 네게 주어진 길을 천천히 가거라.

 

  아들, 늘 그래왔듯 기다림은 길고 만남은 짧다. 사랑하면서도 너를 떠나보내고, 사랑하기에 엄마는 또 너를 기다린다. 이런 것이 인생인가 싶어 왠지 쓸쓸하지만, 모든 것을 엄마는 참고 기다리련다. 이제 다시 집을 떠나는 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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