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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엄마는 네가 자랑스럽다.

by 책벌레아마따 2014. 7. 17.

 제헌절인 오늘도 종일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다.

 네가 306보충대에 입대한 15일부터 사흘째 비가 이어지고 있어.

 장맛비 이름값을 할 정도로 많은 양은 아니지만 가뭄 해갈에는 큰 도움이 될 거야.

 군문에 발을 들이기 전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면서, 306보충대 정문 앞에서 너는 전화를 걸어 왔지.

 이제 정말 너를 군대에 보내야 한다는 쓸쓸함이 파도처럼 밀려 왔다.

 자꾸만 허전해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혼자 바닷가로 산책을 나섰어.

 희뿌옇게 비에 젖은 바다가 그날따라 몹시 쓸쓸해 보였어.

 먹여 주고 재워 주고 공부를 시켜 주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네가, 이제 먹여 주고 재워 주고 훈련을 시켜 주는 군대에 들어갔는

 데 엄마 가슴은 왜 이리 텅 빈 듯한 것일까.

 

 그리고 오늘은 아빠와 함께 우산을 받쳐들고 바닷가로 산책을 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애써 헝클어진 마음을 추슬러 보았다.

 네가 그토록 늠름하고 당당하고 의젓한데, 엄마가 이렇게 약해져서야 되겠나 싶구나.

 돌아오는 길, 길가에 핀 알록달록 코스모스가 우리를 보며 환하게 웃고 서 있는 걸 보았다.

 슬퍼하지 말라면서, 장한 아들을 두지 않았냐면서 엄마를 위로하더구나.

 사랑하는 아들, 엄마는 네가 무척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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