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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화창한 주일에

by 책벌레아마따 2014. 7. 20.

화창한 주일 아침이다.

그간 보충대를 떠나 신병훈련대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

보충대 홈페이지를 통해 네가 어디로 갔는지 확인했어.

태어나 경험해 보지 못한 많은 일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겠지.

네 말대로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경험이라고만 생각하면, 그런 정도의 정신적 무장만 되어 있다면 무엇이 두렵겠니.

육체적으로 힘들고 괴로운 나날이 이어지겠지만 한편으로는 신나는 모험이 펼쳐질 거야.

지금까지는 너의 지적탐구심을 충족하기 위한 정신적 활동에만 치우쳐 살아왔으니, 군 생활을 통해 몸으로 부대끼는 또 다른 경험들을 즐기기 바란다.

다시 말해 군에서의 다양한 신체 활동을 통해,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심신이 조화로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엄마는 바란다.

엄마는 너를 믿는다.

 

어제는 모처럼 밭에 올라갔다 왔어.

가지며 호박이며 토마토며 깻잎을 따 왔어.

얼마나 실하게 열렸는지 모른다.

수확하기 전까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콩도 잘 되었어.

원주민들이 칭찬을 해 줄 정도면, 초보 농사꾼치고는 합격점이 아니겠니.

뭐든 열심히 하면 그만한 보람을 맛볼 수 있다고 믿는다.

바르고 정직한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가꾸면 언젠가는 반드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이것이 하늘의 뜻이며 자연의 질서야.

 

집 걱정은 하지 말고, 부상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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