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군문의 아들에게

장정소포

by 책벌레아마따 2014. 7. 23.

                                             장정소포

 

 

 엊그제 월요일에는 보충대로부터 소포가 배달되었어. 그것을 받고 울컥해지는 부모들이 제법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엄마는 애써 담담한 마음으로 박스를 개봉하기로 했다. 네가 입고 간 셔츠와 바지와 운동화가 들어 있더구나. 신세대인 너의 필수 휴대품, 스마트폰도 딸려 왔다.

 

  네가 집 떠나 먼 길을 가면서 이토록 단출한 차림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와 닿더구나. 어쩌면 우리는 불필요한 많은 것들을 소유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속한 신병훈련소는 규율이 엄격한 편인지, 전화도 소포도 일절 금지로구나. 어디 외딴섬 염전노예로 끌려 간 것도 아니고, 21세기 개명 천지에 더군다나 같은 나라 안에서 생사 여부도 확인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물론 훈련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럴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외부와 단절될수록 내부 결속은 더 강해지고, 훈련에 대한 몰입도 역시 배가될 거라 믿는다.

 

오늘은 24절기 중 하나인 대서(大暑).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한다고 산과 바다를 찾는 사이, 너와 동료들은 훈련소에서 복중 훈련에 여념이 없겠구나. 이열치열(以熱治熱)이 무엇인지 제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모든 장병들과 훈련병들과 장정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부디 부상만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군문의 아들에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월 칠석에 비가 오신다.  (0) 2014.08.02
태풍이 지나간 들에  (0) 2014.07.28
화창한 주일에  (0) 2014.07.20
엄마는 네가 자랑스럽다.  (0) 2014.07.17
아들 입영일  (0) 201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