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9 달콤 쌉싸래한 수능의 추억 달콤 쌉싸래한 수능의 추억 60여 만 수험생들의 절박한 심정도 아랑곳없이, 무심한 수능 시계는 지금 이 순간도 재깍재깍 흘러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 시즌이 돌아왔다. 매년 이맘때면 나도 모르게 수능 분위기에 젖어든다. 재직 동안 주로 고3 담임을 맡았던 남편은 수능 사나흘 전이면 으레 합격기원 찹쌀떡을 들고 왔다. 떡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수험생들이 느낄 초조함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염되었다. 아들이 ‘수능 대첩’의 당사자였던 2013학년도 수능이야 말해 뭣하랴. 험난한 수험생의 길이 예고된 3월 신학기 첫날부터 수험생과 학부모의 24시는 수능 모드로 전환된다. 시험 스트레스로 늘 말초 신경을 곤두세우는 수험생과 그런 자녀 앞에서 숨도 크게 못 쉬는 학부모에게 고3 일 년은 지옥이 따로 없다는 것이.. 2023. 11. 16. ‘천고인비’의 딜레마 ‘천고인비’의 딜레마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과 애정 욕구, 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 등 다섯 단계의 피라미드로 형태화했다. 그중 최하위 단계인 생리적 욕구는 생존이 달린 원초적 욕구로서 의식주와 연관된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은 사람과 동물을 살찌우기에 제격이다. 이맘때면 으레 계절의 풍요로움에 화답하듯 ‘천고인비’나 ‘천고마비’ 같은 비유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시도 때도 없이 식욕을 자극하는 환경적 요인이 범람하고 있다. 지상파나 종합편성을 막론하고 경쟁적으로 방영하는 ‘먹방’이 대표적이다. 밥 한술 뜰 때마다 천장에 매달린 굴비를 쳐다봤던 ‘자린고비’가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TV 화면에서 펼쳐지는.. 2023. 10. 27. 누구나 삶은 처음이다 누구나 삶은 처음이다 인생은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날줄, 분노와 슬픔이란 씨줄로 짜인 한 필의 피륙이다. 그 안에는 낙동강 삼각주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단언컨대, 세상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은 있어도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거친 세파에 부대끼며 각자에게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삶을 살아가는 초짜 인생들이다. 그런데 필생의 과업인 양 생활 전선에 오롯이 매달리느라 그 귀한 시간과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비워야 채워지고 낮아져야 높아지듯 물질적 손해를 감수할 때 나를 위한 치유의 시간도 생겨난다. 사람 마음이 또한 간사하다. 예를 들어 고생고생해서 소원하던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고도 기쁨은 잠깐이다. 목표를 이룬 순간 더 넓은 집으로 옮겨 앉.. 2023. 10. 1.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1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