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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삶은 처음이다 누구나 삶은 처음이다 인생은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날줄, 분노와 슬픔이란 씨줄로 짜인 한 필의 피륙이다. 그 안에는 낙동강 삼각주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단언컨대, 세상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은 있어도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거친 세파에 부대끼며 각자에게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삶을 살아가는 초짜 인생들이다. 그런데 필생의 과업인 양 생활 전선에 오롯이 매달리느라 그 귀한 시간과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비워야 채워지고 낮아져야 높아지듯 물질적 손해를 감수할 때 나를 위한 치유의 시간도 생겨난다. 사람 마음이 또한 간사하다. 예를 들어 고생고생해서 소원하던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고도 기쁨은 잠깐이다. 목표를 이룬 순간 더 넓은 집으로 옮겨 앉.. 2023. 10. 1.
이별과 상실의 시간 앞에서 이별과 상실의 시간 앞에서 지구가 존재하는 이상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생멸을 반복할 것이다. 이는 불가항력적 자연법칙이다. 그런데 탄생은 늘 반갑고 죽음은 늘 쓸쓸하다. 최근 우리 가족과 열두 해를 함께한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마지막 배설물과 몸에 꾀인 구더기를 처리하면서 꺼림칙하다거나 더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다만 마당 바닥을 뱅글뱅글 돌며 발톱으로 긁어서 생긴 선명한 동그라미를 본 순간, 한 생명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고통의 실체가 어렴풋이나마 이해되었다. 그래도 마지막 모습은 행복한 꿈이라도 꾸는 양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녀석이 살아서는 그저 ‘주인 바라기’였다. 시도 때도 없이 꼬리를 흔들고 침을 바르며 애정 공세를 퍼부었다. 주인이 뭐라고 물을 그렇.. 2023. 8. 21.
잠이 쏟아지는 여름밤이여 잠이 쏟아지는 여름밤이여 ‘잠이 보약’이라는 말에 백배 공감하지만 안 자는 게 아니라 못 자는 상황에서는 나날이 쌓이는 ‘수면 부채’를 멀뚱히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잠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면서 불가항력적인 영역이다. 결코 인간의 생각이나 의지에 따라 통제되고 말고 할 대상이 아니다. 수면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바닥에 등이 닿기 무섭게 곯아떨어지는 사람들은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를 헤아리는 심정을 모른다. 생업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수면 시간을 줄인 경우는 그나마 나을 수도 있다. 잠자고 싶은 욕구가 있고 잠잘 시간이 있는데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처럼 괴로운 일은 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생 최고의 호사는 단잠이 아닐까 한다. 인체 내 생체 시계는 아침 햇빛을 받.. 2023.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