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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이여 이 풍진 세상이여 신종바이러스의 표적이 되어 명실상부 인류사에 고난의 해로 기록될 2020년 끝자락에 서니 왠지 모를 비감이 밀려든다. 항공·여행·숙박·유통업계의 줄도산, 오랜 전통 속에 탄탄대로를 달리던 기업들의 파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눈물, 이 모두 ‘코로나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전국 봉쇄까지 감행한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국내 여건은 그나마 낫지만, 최근 신규확진자의 폭증세를 보면 두려움마저 엄습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초유의 조치는 종교 시설과 교육 현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회는 때로 비대면 예배로써 신앙의 의무를 대신했고, 초·중·고·대 신입생들은 새 학교 첫 등교부터 곡절을 겪으면서 풋풋한 설렘과 추억을 반납했다. 허기를 못 이겨 달걀이나 라면을 도둑.. 2020. 12. 18.
'N번방' 판결 유감 'N번방‘ 판결 유감 온라인상에서 암약하던 ‘박사방’, ‘N번방’의 충격적인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순간 국민적 공분이 들끓었다. 성 착취물 영상을 공유하려는 남성들이 텔레그램 채팅방에 몰리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 된 듯하다. 특히 수행에 전념해야 할 현직 승려가 회원 가입한 사실에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인간이 얼마나 말초적 본능에 휩쓸리기 쉬운 존재인지를 여실히 증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건이 보도된 직후 관련 기록을 삭제해 준다는 가짜 대화방을 띄우자 문의가 쏟아졌다고 하니 인간의 이중적 면모마저 엿보인다. ‘N번방’류의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 세간의 호기심과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데, 사실 이 같은 불법 음란 사이트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게 된 배경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되어야 한다. 우선.. 2020. 11. 27.
우리, 모리코네를 잃었다 우리, 모리코네를 잃었다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숨졌다’ 이달 초, 향년 93세를 일기로 영면에 든 엔니오 모리코네가 생전에 직접 작성한 부고장의 첫 문장이다. 지인들에게 번거로움을 끼치지 않기 위해 조촐한 가족장을 원했고, 자신의 부고를 스스로 전하는 것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자택에서 부상을 당한 뒤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 1946년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했으며 생애 마지막까지 작곡가, 지휘자, 음악 감독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1961년 ‘파시스트’의 사운드 트랙을 담당하면서 영화와의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영화 음악을 작곡하는 데 평생을 투신한,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 음악의 거장이다. 그의 삶을 한 마디로 압축해 보면 ‘영화의, .. 2020.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