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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남, 긴 이별 짧은 만남, 긴 이별 2015년 11월 2일 시간은 어떻게 이리도 정직하고 공정한지 모르겠다. 시간은 결코 게으름 피우는 일이 없으니, 싫건 좋건 누구에게나 그날 그 순간은 기어이 오게 되어 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정해진 휴가가 다 끝났구나. 어제 휴가 나온 것 같은데. 며칠 새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한낮에도 덥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고, 아침과 저녁에는 오리털 파카를 입어도 괜찮겠다 싶으니 말이다. 오늘 부대로 돌아가면 이내 겨울을 맞이하게 되는 거 아니니. 전방은 겨울이 빨리 찾아오잖아. 겨우내 눈을 치우느라 고생이 더하겠구나. 내리는 눈을 감상하는 것은 낭만적이지만, 눈을 치우는 것은 그리 신나는 일이 아니라서. 오늘 네 친구 재헌이가 논산 훈련소에 입소한다니, 이미 군에 입대하여 부대로 .. 2015. 11. 2.
꿈 2015년 10월 27일 지금 이 시간, 네가 네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모처럼 집에 왔으니 긴장도 풀리는 데다 어제 장시간 차를 타느라 몸이 많이 피로할 게다. 아침밥이고 뭐고 잠을 자는 게 더 좋겠지. 그래, 실컷 자거라. 어젯밤 너를 마중하러 터미널로 가는데 둥근 보름달(정확하게는 음력 14일)이 환하게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를 떠나보내고 오는 길이었다면 아마 보름달이 울다가 퉁퉁 부어 저렇게 둥글어졌나,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람 마음이 참 묘하지? 그런데 터미널에서 버스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데 감감무소식인 거야. 그러다 도착시간이 막 지나 서울 발 버스가 들어오기에 다가갔지만 마지막 손님이 다 내리도록 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차.. 2015. 10. 27.
사는 날까지 사는 날까지 2015년 9월 지금까지 내가 만난 각계각층의 사람들 가운데 삶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중증 장애인들이었다. 심신의 장애까지 끌어안은 삶의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리고 삶에 과도하게 집착하지도 쉽사리 삶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서울 변두리 허름한 단독주택의 반 지하 셋방에서 뇌병변 장애를 가진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신음이 배어 나왔다. 혼자 힘으로는 한 발짝도 대문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보니 좁은 방에 난 작은 창문으로 바깥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했다. 자원봉사자인 나의 방문에 반색하며 그녀의 오빠가 애호박 부침개를 만들어 내왔다. 그런데 얼마나 사람이 고팠으면 음식에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어눌한.. 2015.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