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9 빈집 앞에서 빈집 앞에서 자주 오가는 산책길에 당장 눈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집 한 채가 위태롭게 서 있다. 어느 날 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 두 칸과 부엌이 나란히 놓인 일자형 구조가 왠지 모르게 정겹다. 집 크기는 성인 남성 한 명이 운신하기에도 그다지 낙낙치 않을 예닐곱 평 남짓하다. 게다가 얼룩덜룩 곰팡이 핀 벽지, 빛바랜 창호지마저도 거의 뜯겨 나간 문살, 쪼그만 들창, 낡은 시렁, 개다리소반에서 궁핍의 흔적이 묻어난다. 과연 누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살았을지 궁금하다. 지금이야 거기 머물던 사람들은 어디론가 모두 흩어지고 빈집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한때는 사람의 온기로 가득했을 게 분명하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올망졸망한 자녀들이 밥상머리에 둘러앉.. 2024. 7. 2. 서울 별곡 서울 별곡 서울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도읍한 이래 6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심장부다. 한국전쟁의 상흔을 딛고 세계 유수의 국제도시로 성장한 오늘이야 그 위풍과 세련미를 만방에 자랑할 만하다. 하지만 경제 발전이 궤도에 오르기 전인 1970년대까지도 한국 근현대사의 이면에 드리워진 암울을 대변하듯 대개가 무채색 풍경이었다. 그렇더라도 무미건조한 나날의 연속은 아니었다. 여름이면 한낮에는 한강 백사장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밤에는 집 앞 평상에 누워 별빛에 빠져들었으니 말이다. 동지섣달에는 밤새 연탄가스에 중독된 아무개 씨가 동치미 국물을 퍼 나른 이웃의 정성으로 목숨을 보전한 미담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 그리고 새 동네로 옮겨가면 시루팥떡을 돌리며 신고식부터 하는 게 관례였다. 레슬링.. 2024. 6. 14. 푸공주 푸바오, 안녕 푸공주 푸바오, 안녕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저마다의 생김새를 가지고 저마다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나름의 생존 전략에 맞춰 진화한 건지 아니면 그렇게 태어난 개체들만 살아남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동물은 식물과 비교해 두드러진 차이가 있다.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동물에게는 한자리에 붙박이로 살아가는 식물과 달리 뇌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동물의 눈동자는 제각각 처한 환경 속에서 생존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다. 동물 가운데에도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은 눈동자의 모양새가 다르다. 고양이, 여우, 늑대, 악어 등 육식동물은 눈동자가 세로로 길고 두 눈의 간격이 좁다. 사냥에 나선 포식자는 달아나는 피식자를 뒤좇아 직진 방향으로 전력 질주한다. 이때 세로형 눈동자를 통해 피식.. 2024. 5. 16. 이전 1 ··· 3 4 5 6 7 8 9 ··· 1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