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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피었네 코스모스 피었네 2015년 6월 4일 오늘 길가에 코스모스가 피어난 것을 발견했다. 그 너른 밭에 핑크빛 고운 빛깔의 꽃이 딱 2송이 피었더구나. 코스모스도 이제 때를 만난 듯하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았어.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다 자기만의 때가 있다는 게 신기하구나. 어젯밤 뜻밖에 네 전화를 받고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 아침에는 철 이른 코스모스를 보다니. 생각지 않던 상여금을 받은 기분이 이보다 더 좋을까. 다음주부터 2주간 훈련을 받는다니 어쩌면 좋니. 가만히 있어도 무더운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혹독한 훈련을 받을 네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구나.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할 텐데. 자신과의 한 판 승부가 되겠지. 그래, 피할 수 없는 훈련이라면, 네가.. 2015. 6. 4.
생명의 위대함 생명의 위대함 2015년 6월 1일 요즘 시골은 농번기다. 새벽부터 모내기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주말에는 도시에 나간 자녀들이 내려와서 일을 거드는 모습이 제법 눈에 띄더구나. 우리도 고구마 모종 심으랴, 잡초 뽑으랴 바쁘다. 고구마 모종을 며칠에 나누어 심고 있는데, 무리해서 일을 하면 일에 치여 일 하는 게 즐겁지 않기 때문에 하루 작업 시간을 세 시간 정도로 제한하고 있어. 내다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먹는 것을 키우면서, 무리하다가 병이라도 얻으면 안 되니까 말이야. 수확의 기쁨도 좋지만 땀 흘리며 일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누리고 싶기에, 일이 지겨운 노동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런 원칙 아래 일을 하니까, 비록 힘은 들어도 마음은 즐거워.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 일을 하다 보면.. 2015. 6. 1.
밭일 밭일 2015년 5월 28일 잘 지내고 있는 너를 두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로 평안한 날들이 지나고 있다. 그새 아주 여름이 되었어. 엄마는 지금 반팔을 입고 있다. 네가 있는 곳도 꽤 덥지? 며칠 전 수확해 둔 마늘과 양파를 어제는 일일이 대를 잘라 햇빛에 내다널었어. 오랜 시간 단순 작업을 하고 나니 양쪽 어깨와 허리도 아프지만, 무엇보다 엄지손가락 부위가 벌겋게 달아올라 제법 통증이 느껴지는구나. 작년에 고추밭에 두세 차례 진딧물 약을 살포한 것과 화학비료 몇 번 사용한 것 빼고는, 밭을 장만한 뒤로 이제껏 단 한 번의 농약도 사용하지 않았다. 마늘과 양파도 다 그렇게 키운 녀석들이야. 잡초와의 전쟁은 상상 그 이상이다. 30분만 풀을 매 주고 나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아마 평생 육체적 노.. 2015.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