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9 에헤라디야 에헤라디야 2014년 9월 30일 일요일 밤 뜻밖의 네 전화를 받고 무척 기뻤다. 통 전화가 없어 걱정했는데 비상이 걸리고 훈련을 받느라 시간 여유가 없었구나. 역시 군대는 군대로구먼. 아무리 군대가 좋다고 한들 사회생활처럼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 다음 달 신병 첫 휴가를 나온다는 말을 들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에헤라디야. 시간이 흐르기는 흐르는 모양이다. 휴가 나온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걸 보면. 그런데 집이 너무 멀어서 오고가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일 것을 생각하면 아쉽고 안타깝다. 이럴 때는 서울이나 경기도를 떠나지 말고 살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하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말이다. 오늘은 장 보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어. 차가 많이 찌그러진 채 옆으.. 2014. 9. 30. 잠 못 드는 밤에 잠 못 드는 밤에 2014년 9월 24일 아들! 아무리 잠을 청하려 해도 잠이 오지 않네. 밤새 뒤척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네게 글을 쓴다. 설마 엄마 홀로 깨어 있는 밤은 아니겠지? 혹시 너도 불침번 서느라 잠을 못 자는 건 아니니? 이따금 한밤중에 눈을 떴을 때, 네가 불침번을 서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어. 태풍 '풍웡'이 지나가는지 지금 창 밖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태풍 피해나 없으면 좋겠구나. 어제는 아는 분 댁에서 무화과를 얻어 와서 밤에 무화과 잼을 만들었어. 네가 집에 있으면 맛있게 먹을 텐데. 너는 무화과를 좋아하잖니? 휴가 때 나오면 먹도록 해. 휴가? 너 정말 군대 간 것 맞구나. 전화도 안 되고, 편지를 보낼 주소도 모르고. 아들이 있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군에 간 아.. 2014. 9. 24. 가난한 마음 가난한 마음 2014년 9월 13일 네가 군에 입대한 뒤로 밭 창고의 한쪽 벽면에 덧대어 그늘막을 만드는 공사를 했어. 그저 기둥이나 몇 개 세우고 그 위에 지붕만 얹은 단순한 모양새야. 하지만 그 아래 야외용 돗자리를 펴고 앉아 참선을 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그렇게 가난해질 수가 없다. 네가 없는 쓸쓸한 여름 한 철을 무심한 가운데 다리를 꼬고 앉아 그럭저럭 잘 지냈다. 창고 옆 계곡을 따라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며 새소리며 바람소리 같은 자연의 하모니가 내 마음에 진정한 평화와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바로 앞에 있는 저수지에도 그득하게 물이 차올랐어. 저수지에 비친 산 그림자는 언제 봐도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구나. 그러고 보니 계절이 바뀌어 이제는 가을이구나.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의 오감을 자.. 2014. 9. 13. 이전 1 ··· 92 93 94 95 96 97 98 ··· 1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