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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의 아들에게 108

첫눈 내린 이튿날 첫눈 내린 이튿날 2014년 12월 5일 그젯밤 뜻밖의 네 전화 받고 무척 기뻤다. 보름에 단 몇 분씩이라도 규칙적으로 안부 전화를 해 주면 좋으련만. 군대 생활을 하는 너에게는 아무래도 무리한 요구이려나. 요즘 훈련소에 간 아들 곁에 있으려고 아예 훈련소 근처에 방을 얻어 생활하는 엄마들이 생겨났다고 하네. 소속 지휘관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돈을 보낼 테니 아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을 사 줄 수 없느냐고 부탁하는 엄마들도 있대. 참, 세상이 많이 변해서 그런지 다양한 성향을 가진 엄마들이 등장하는구나. 엄마는 너처럼 뼛속까지 자립심 강한 아들을 둔 덕분에, 극성 엄마나 열성 엄마는 꿈조차 한 번 못 꿔 봤구먼. 다른 부탁도 아니고 게다가 글 쓰는 엄마가, 군에 간 아들에게 편지라도 한 번 보내려고 주소를 .. 2014. 12. 5.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구나.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구나. 2014년 11월 8일 얼마 전 네가 신병 첫 휴가를 나왔을 때 군복 입은 늠름한 너를 보니 얼마나 기쁘고 반가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짧고도 짧은 휴가를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니 마음이 너무 허전하구나. 부대 내에서 중책을 맡았으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네게는 따로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지만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어제가 입동이었어. 이제 슬슬 겨울 모드로 접어드네. 손님이 집을 방문하여 저녁 식사를 함께 했어. 손님이 돌아간 후 아빠와 산책을 하는데 마침 앞산에서 둥글고 환한 보름달이 솟아오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쏙 얼굴을 내밀더구나. 산등성이로부터 떨어져 나가 마치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듯한 광경이라고나 할까. 그 희한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이 무척 흥.. 2014. 11. 8.
붉은 달 붉은 달 2014년 10월 11일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리어지는 개기월식 현상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 3년 만에 펼쳐지는 이 놀라운 우주 쇼를 육안으로 관측하기 위해 벼르고 있었어. D-day인 8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해가 떨어져 밖이 어둑어둑해지자 집을 나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동쪽 하늘에 밝은 보름달이 걸려 있더구나. 50분 정도의 시간을 동네에서 어정대는 사이, 달은 아래 부분부터 점점 어둠이 차오르더니 나중에는 보름달 윗부분만 원래의 환한 빛으로 남았어. 마치 황금색 빵떡모자를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게 쓴 것 같은 모양이랄까. 시간이 조금 더 경과하자 마침내 보름달 전체가 붉게 변해 버렸다. 붉은 달이라고는 하나 엄마가 육안으로 본 바에 의하면, 순수한 붉은 빛이 아니라 붉은 색에 갈.. 2014. 10. 11.